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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오랜 시간 미식의 도시로 불려 왔다. 여행객이 먼저 떠올리는 대표적인 음식부터, 전주의 삶 속에 스며든 맛까지. 이곳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열 가지 음식을 소개한다.
전주 토박이들이 오랜 세월 찾는 여름 별미다. 가장 큰 특징은 메밀면을 사용한다는 점. 지역마다 콩국수 간을 하는 방법이 기호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전주에서는 설탕을 넣는 것이 정석이다. 메밀면과 미숫가루처럼 진하고 고소한 콩국이 어우러져 더운 여름철 건강한 식사로 제격이다. 본격적으로 먹기 전, 국수 위 가득 올려진 콩가루를 골고루 섞는 것도 잊지 말자.
녹두로 만든 황포묵은 전주를 상징하는 음식 가운데서도 단연 대표 격이다. 1950년대 전주비빔밥이 식당 메뉴로 자리 잡을 때부터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비빔밥 고명에서 빠진 적이 없을 정도. 황포묵에 오이, 쇠고기볶음, 단 세 가지 재료만으로 단출하게 무쳐낸다. 아삭한 오이와 고기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완성한다. 담백하게 즐기고 싶다면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양념해도 충분하다.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그래서 더욱 빼놓을 수 없는 전주 대표 간식이다.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차별점은 빵에서 시작된다. 쿠키와 카스텔라의 중간쯤 되는 부드러운 번에 마시멜로 대신 버터와 달걀흰자로 만든 크림과 딸기잼이 들어 있다. 초코파이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초콜릿은 파이 전체가 아닌 네 귀퉁이에만 발라, 안쪽으로 먹어 들어가며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맛의 조화를 차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곁들여지는 수란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수란을 먹는 법은 다양하다. 잘 알려진 방법은 수란에 조미김을 잘게 부숴 넣어 간을 맞추고, 끓고 있는 국밥의 국물을 몇 숟갈 떠 넣어 흰자를 좀더 익혀 먹는 것이다. 수란만 고소하게 즐기거나 뚝배기에 바로 넣어 깔끔하게 맛보는 법도 있다.
타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전주 음식. 새우, 오징어 같은 싱싱한 해물과 채소, 버섯 등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요리 마지막에는 고춧가루로 색과 향을 살리고, 전분을 넣어 걸쭉한 국물을 만든다. 짬뽕처럼 매콤하면서도 짜장처럼 걸쭉한 맛이 특징.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면 하얀 국물의 물짜장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된다.
예부터 전주는 물맛이 좋아 묵의 고장이었다. ‘건지산도토리’는 국내산 도토리만으로 매일 묵을 직접 만들어 쫀득한 식감을 살린다. 묵사발에는 한약재를 우려낸 살얼음 육수와 함께 큼직하게 썬 묵이 들어가 청량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 때문에 처음에는 묵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았지만, 손님 요청으로 판매를 시작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가정용 맥주’나 ‘가게 맥주’를 줄인 말인 가맥은 전주에서 시작된 독특한 한잔 문화다. 원조로 꼽히는 곳은 1970년대 중앙동의 ‘영광상회’. 이어서 1980년대에는 전주시청과 관공서가 몰려 있던 중앙동과 경원동 골목골목에서 사람들이 퇴근길에 가맥 한잔으로 피로를 풀곤 했다. 요즘 전주 가맥은 황태포, 갑오징어, 치킨, 달걀말이 등 친근한 안줏거리와 함께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 갈비 요리라 하면 흔히 찜이나 구이를 떠올리지만, 국물과 함께 갈비를 끓여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전주 특산물인 콩나물이 아낌없이 들어가고, 버섯과 대파가 더해져 국물 맛을 한층 깊게 만든다. 전통적인 고기 육수에 매콤한 양념을 더한 뒤, 간장으로 조린 갈비와 당면까지 얹으면 전주식 물갈비전골이 완성된다.
‘오모가리’는 뚝배기라는 뜻의 전라북도 방언이다. 이름 그대로 투박한 뚝배기에 민물고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것이 오모가리탕. 그 기원은 1950년대 전주천 한벽루 인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즉석에서 끓여 먹던 데서 비롯했다. 오모가리탕의 매력은 바로 시래기다. 식당마다 무시래기를 쓰기도, 배추 시래기를 쓰기도 한다. 메기, 빠가, 쏘가리, 피라미 등 원하는 민물고기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재미.
정작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을 사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전주비빔밥은 일정한 품질 유지를 위해 시에서 표준 레시피를 제정하고 인증까지 하고 있어 이곳을 방문한다면 한 번쯤 맛볼 만하다. 온기를 느끼며 식사할 수 있도록 데워진 유기그릇에 콩나물과 황포묵, 고추장, 소고기 육회가 비빔밥의 맛을 살린다. 계절에 따라 쑥갓, 고춧잎, 깻잎 등 제철 채소가 올라가기도 한다.
에디터 황진아
일러스트 권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