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 수 있는 사진

후지필름

옛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을 묘하게 한다. 빛이 바래져 가는 따뜻한 색감과 행복한 순간들. 필름 사진은 그런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에 담긴 사진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

남는 것은 사진,
남겨진 사진

“우리 혜미, 그렇게 앉아서 뭐하고 있어요?” 엄마가 만들어준 내 어린 시절 앨범에 적혀있는 말이다. 우리 집엔 앨범이 꽤 많다. 내 것만 여섯 권이 넘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 나의 성장 모습을 평생토록 추억하고 만질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메시지가 있다. 엄마 아빠의 사랑. 종종 앨범을 꺼내보곤 하는데, 그 시간은 마음을 채워준다. 어떨 땐 무엇인가를 시작할 동기를 주기도 한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 아니 전보다 훨씬 더 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핸드폰과 SNS를 통해 누구나 쉽게 순간을 찍고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질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이 담긴 실물 사진은 소중하다. 디지털카메라처럼 무제한으로 찍고 사진이 잘 나왔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순 없다. 그래도 필름이 현상되기 전까지 어떤 사진이 찍혔을까, 그때 그 사진은 잘 나왔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은 짜릿하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필름 사진의 가치가 아닐까.

수학여행 날 빠지지 않던
후지필름카메라

요즘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챙기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다. 내가 어릴 적엔,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서둘러 ‘일회용카메라’를 챙기곤 했다. 몇 가지 인기 있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코닥과 후지필름이 강세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부터 필름카메라는 물론이고 일회용카메라는 아예 종적을 감추는 듯했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이 유행처럼 다시 번진 요즘, 필름카메라와 후지필름의 일회용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러 일회용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을 찍고 필름을 인화해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조금은 귀찮을 수 있는 그런 과정들을 감수하는 것은 낭만적이다. 후지필름도 필름카메라의 감성에 편의를 더한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이지만, 여전히 필름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즉석카메라인 인스탁스로 아날로그 사진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탁스는 아날로그 카메라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동시에 가진 카메라다. 순간을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는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을 지키면서 촬영부터 인화까지 100초 정도면 사진이 나온다. 요즘 학생들도 필름카메라를 애용하진 않지만 인스탁스 같은 즉석카메라를 사용해 ‘현상 사진’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남기는 사람들

디지털 광고회사 팀장 박경수
인스탁스 미니70

언제부터 인스탁스를 사용했나요? 5년 정도 되었어요. 인스탁스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스탁스는 순간을 촬영하고 바로 필름으로 보여주는 매력이 있어요. 찰나에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기쁨을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인물 촬영에 주로 사용해요. 언제 그 순간이 올지 몰라서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죠. 나만의 촬영 비법이 있다면요? 인스탁스의 다양한 필름을 활용하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모노크롬 필름을 사용해보았는데, 인물이 한결 분위기 있게 찍히더라고요. 같은 카메라여도 필름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른 것 같아요.

기계자수 공방 운영자 이초연
인스탁스 미니 헬로키티

인스탁스를 즐겨 사용하나요? 전에는 인스탁스 쉐어 같은 프린터를 많이 썼어요. 작년 10월부터 인스탁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죠. 필름 사진도 찍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필름 사진을 찍고 있어요. 필름이 주는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인스탁스와 필름의 가치가 무엇일까요? 둘 다 아날로그적이지만 상반된 특징이 있어요. 인스탁스는 셔터를 누르고 5분 안에 사진을 받을 수 있고, 필름은 롤을 전부 감고 나서 현상과 인화 과정을 거쳐야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공통점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선택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는 도구예요. 주로 어떤 사진을 찍나요? 여행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지만, 인스탁스를 사용한 후로는 누군가를 만날 때면 항상 인스탁스를 챙겨가려고 해요. 행복한 순간을 생생하게 추억하는 데에는 인스탁스만 한 것이 없더라고요.

사진영상작가 길상규
인스탁스 미니90

인스탁스를 사용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2012년 필리핀 세부 난민촌에 구호·봉사활동을 갔을 때였어요. 가난과 질병으로 어려움에 빠진 아이들에게 인스탁스로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평생 사진 한 장 가지기 어려운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뭉클했죠. 인스탁스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진이 대중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무한대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속에서 한 장의 소중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인스탁스는 단 한 장밖에 없는 사진의 가치를 알려주죠.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즉석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진의 무게’라고 생각해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는 셔터 한 번의 신중함이 많이 사라져버렸는데, 필름이나 즉석카메라는 단 한 번의 셔터가 더 무겁고 신중할 수 밖에 없죠.

오래된 기억을
보존하는 것

오래도록 보관된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일날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촛불을 오래 켜던 일, 두 살 난 아이의 웃는 모습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땀 흘리던 부모님, 새해 뜨는 첫 해를 보겠다고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고 억지로 웃으며 표정을 짓던 날. 나름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찍어둔 사진들이다. 훗날 그 사진 한 장에 웃기도 울기도 한다. 이런 소중한 기억은 평생토록, 후세에도 남겨주어야 한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빛 바랜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보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진을 복원해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오래된 기억을 좀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것이다. 사진 복원을 하는 사진관은 흔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많은 사람이 자주 찾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 내에 자리한 후지필름 사진관에서도 쉽게 사진 복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사진만이 아니다. 가정에서 직접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게 만들어준 비디오 카메라 캠코더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 아빠도 가족여행이나 누군가의 생일 잔치를 할라치면 내심 자랑스럽게 캠코더를 꺼내시곤 했다. 캠코더에는 동생과 나의 예쁜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 여전히 그 녹화 테이프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볼 수는 없었다. 버려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옛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USB에 저장해 언제든지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옛것을 보존할 수만 있다면 기계화 시대가 되어가는 미래도 그리 삭막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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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