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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xpected Moments In The City

여행을 가기 전, 전주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그려진 이미지는 무엇이었어요?
아무래도 한옥이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시골의 전통 한옥보다는 한옥마을처럼 관광지의 풍경이 그려지더라고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 와본 적 있나요?
곰곰이 기억해 보니 10년 전쯤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잠깐 들른 적이 있더라고요. 이곳이 여행지는 아니었고, 다른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들른 거라 기억이 선명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전주를 꼼꼼히 둘러보니, 확실히 헤리티지가 탄탄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된 식당도 많고요.
이번 지역 호에서는 도시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담고 싶었어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주의 모습도 궁금했고요. 직접 여행하면서 발견한 풍경이 궁금해요.
일단 유명한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봤어요. 한벽굴, 남천교 그리고 한옥마을까지요. 사실 관광지는 사람들이 많고 예상 가능한 장면이 반복돼서 촬영지로 선호하진 않는데, 평일에 방문했더니 한산해서 좋더라고요.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눈에 띄는 풍경이 있으면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힘들면 한옥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죠. 관광지에서도 현지의 삶이 묻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다녔군요! 또 다른 재미를 느꼈겠어요.
서울에서 전주까지는 자차로 이동했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아무래도 걷는 게 좋겠더라고요. 그런데 도보로만 다니다 보면 일정이 조금 빠듯할 것 같았어요. 한벽굴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한옥마을까지 걸어가려는데, 뜬금없이 자전거 대여소가 있더라고요. 주변에 사람도 없어서 마치 저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껴졌죠(웃음). 전주의 공영 자전거 이름은 ‘꽃싱이’인데요. 가격도 천 원으로 저렴해서 바로 대여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았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꽃싱이가 없었다면 하루를 더 머물러야 했을 것 같아요.
여행에서는 작은 우연조차 특별한 즐거움으로 다가오곤 하죠. 모레 씨의 평소 여행 스타일은 어때요?
저는 확실히 지방 도시로 떠나는 걸 좋아해요. 예상치 못한 장면이 많거든요. 서울이나 큰 도시는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서, 블로그 여행기나 유튜브만 봐도 마치 가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잖아요. 반면 지방 도시에 가면 처음 보는 낯선 곳이 많아 새롭고 흥미로워요.
도시를 더 깊게 느끼는 나만의 여행법이 있다면요?
도보로 다니는 걸 권해요. 운전을 하면 앞만 보게 되어서 주변 풍경을 놓치기 쉽거든요. 그리고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맛집도 좋지만, 계획 없이 거닐다 우연히 마주친 가게에 들어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예상치 못한 전개 속에서 여행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거든요.
사진 속에서 거리 위 자전거, 녹음, 낡은 간판 등 도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여요. 주로 어떤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나요?
저는 오래되거나 낡은 것, 촌스럽거나 버려진 것,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을 주로 찍어요. 전주에는 그런 풍경이 많더라고요. 도시에선 드문 조용한 거리나 활기찬 시장, 낡은 건물들을 많이 담았어요.
그런 장면이 모레 씨 마음에 유난히 남나 봐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찍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작업은 재미도 덜하고요. 저는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것들에 제 시선을 더해 사진으로 새롭게 보이게 하는 걸 좋아해요. 마치 피사체를 치유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게요. 무엇이든 피사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결국 무엇이든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니까요. 촬영 다니면서 생긴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어요?
전주는 참 다정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전거 길에서 할아버지가 지나가시길래 비켜드렸는데, 큰 소리로 “고마워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어서 고맙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자전거 대여소나 식당에서도 사장님들이 인사를 건네고, 장난도 치면서 농담을 나누었어요. 예를 들어 계산할 때 3만 3천 원이 나왔는데 33만 원이라고 장난치는 싱거운 농담 같은 것도 즐거웠고요.
전주 하면 음식으로도 유명하잖아요. 맛있는 음식도 드셨어요?
친구 추천으로 진미집이라는 곳에 갔어요. 전주 출신 데프콘 님이 유튜브에서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밥집인 줄 알았는데 술집이라 오픈이 오후 5시였어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갔는데,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얇게 썬 돼지불고기를 숯불에 구워 김밥과 함께 싸 먹는 게 유명하더라고요.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하지만 정감 있는 맛이랄까요. 운전하고 가서 술을 못 마신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웃음).
이번 촬영을 다녀오면서 전주라는 도시에서 받은 인상은 어땠어요?
홍상수 감독 영화의 배경이 떠오르는 분위기였어요. 홍상수 감독 영화에는 빌딩이나 세련된 장소보다는 조용하고 낮은 건물, 오래된 가게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느낌이 전주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촬영 전에는 전주에 대해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알찬 도시였어요. 유명 관광지도 있고 오래된 식당도 많고, 한편으로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조용한 골목도 곳곳에 숨어 있고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다시 들르고 싶어요. 촬영으로 와서 여유롭게 머물지 못한 게 아쉬워요. 다음에는 숙박도 하면서 천천히 여행하고,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 술 한잔하는 낭만도 즐기고 싶네요.
에디터 황진아
Photographer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