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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자는 법
당신이
잠든 사이
잠든 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해진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무릎 위에서, 책상 옆에서, 택배 상자 안에서 잠이 들 때 나는 슬그머니 ‘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동물들은 어떻게 자고 있을까.
01 수달
수달이 자는 모습은 꽤 로맨틱하다. 물 위에 누워서 혼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지만, 근처에 다른 수달이 있다면 잘 살펴봐야 한다. 수달은 곁에 있는 다른 수달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잡고 잔다. 마음이 일렁거리는 사랑스러운 모습이지만 사실 이 모습은 거센 물결에 따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한 생존본능이다.
CARTOON 보노보노는 수달일까 해달일까? 수달은 민물에 살고 해달은 바다 연안에 산다고. 수달은 배를 물 아래로 두고 뜨지만 해달은 배영하듯 둥둥 뜬다. 떠있는 모습으로 보면, 보노보노는 해달에 가까운 셈이다.
02 황제펭귄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서서 잠을 잔다. 고개를 겨드랑이에 밀어놓고 눈을 꼭 감은 모습이 누구보다 편안해 보인다. 이들이 서서 자는 이유는 포식자를 피하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황제펭귄은 다른 펭귄들과 달리 단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종족 보존 능력이 높지만 2세를 적게 갖는 탓에 새끼에 대해 집착을 하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DOCUMENTARY 황제펭귄의 일 년을 담은 <남극의 눈물-얼음대륙의 황제> 편을 보면 이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조금은 감 잡을 수 있다. 수컷은 두 달간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품고 새끼들이 태어나면 유아원을 형성해 함께 놀기도 한다.
03 반달가슴곰
가슴에 초승달 모양의 털이 난 반달가슴곰은 겨울이 습격하기 전 바위굴이나 나무 구멍을 찾아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한다. 팔자 좋게 늘어져 자는 것 같지만 반달가슴곰은 자는 동안 출산을 하기도 한다. 어미 곰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 곰도 위험해질 수 있다. 겨울에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을 찾는다면 등산할 때는 샛길로 가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FAIRY TALE 동화책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에 나오는 곰 아저씨는 당황스럽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인간들은 숲의 나무를 베어 공장을 만든다. 갈 곳이 없는 곰 아저씨는 얼떨결에 공장에 들어가 털을 밀고 일하게 된다. 곰 아저씨는 그냥, 곰 아저씨인 채로 있으면 안 되는 걸까?
07 다람쥐
다람쥐는 겨울을 나기 위해 굴을 여러 개 판다. 입구는 흙으로 막고, 중간은 마른 나뭇잎으로 채워 바람을 막는다. 추운 겨울,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파는데 가장 깊게 판 굴에 잠자리를 만든다. 마른 나뭇잎이나 새의 깃털을 깔아 따듯하게 하고, 먹이를 보관하는 곳과 변소도 따로 만든다.
MOVIE 가장 성공한 다람쥐 출신 영화배우는 <앨빈과 슈퍼밴드>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다. 그들은 힙합 가수로 데뷔하고 곧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그 여정을 담은 영화는 벌써 네 편이나 나왔다.
05 상아갈매기
북극에 사는 상아갈매기는 발은 까맣고 몸은 온통 흰 새다. 수풀이 많지 않고 홰를 치고 잘 만한 나무가 없는 극지방에서는 밝고 하얀 깃털을 가진 새가 많다. 상아갈매기는 눈 쌓인 대지 위를 날고 눈과 함께 살고 눈 속에 파묻혀 잔다. 쉽게 믿기는 어렵지만 북쪽 지방에 사는 새들은 이글루처럼 눈이 쌓인 곳에서 위장을 한 채 잠을 자기도 한다고 한다.
TRAVEL 부산에는 ‘갈맷길(갈매기와 길의 합성어)’이라는 이름이 붙은 탐방로가 있다. 이 길은 부산의 해안과 강변, 숲길, 도심길 코스로 나뉘어 있어 부산을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다. 남쪽 갈매기들은 북극에 사는 상아갈매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을까
06 달팽이
달팽이는 여름잠을 잔다. 여름잠을 자는 동물들은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데 여름에 풀이 마르고 먹이를 구하기 힘든 곳이 많기 때문이다. 온대에도 여름잠을 자는 동물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달팽이다. 달팽이는 여름에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껍데기 속에 머리를 넣고 쏙 들어가 여름잠에 빠진다.
ART 프랑스 화가 마티스의 1952년 작품인 ‘달팽이’는 가로 286센티미터, 세로 287센티미터의 거대한 작업이다. 그가 말년에 집중했던 작업으로 건강의 이유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워지자 과슈를 칠한 색종이를 오려 평면에 붙여나가는 콜라주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07 말
말은 서서 자기도, 누워서 자기도 하는 동물이다. 무의식 상태에서도 다리 인대가 무릎과 발목의 관절을 고정해주기 때문이다. 야생 상태의 말은 하루 대부분을 들판을 달리고 풀을 뜯는데 할애하고 6~8시간을 서서 쉬고 1시간 정도 누워 쉰다고 한다. 피곤한 말은 누워서 코를 골기도 하지만 예민한 말들은 낯선 장소에 가거나 잠자리가 지저분할 때도 누워서 자려고 하지 않는다.
BOOK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은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이다. 소년은 목장을 팔려는 어머니와 갈등을 빚다 친구와 함께 말을 몰아 집을 떠난다.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 어느 목장에 도착한 소년은 사랑과 현실에 시시각각 부딪힌다. 그리고 소년의 곁에 늘 말이 있다.
08 돌고래
돌고래의 양쪽 뇌는 한쪽씩 번갈아 가며 잠을 잔다. 5분, 10분마다 양쪽 뇌를 깨우고 재우고 반복하기 때문에 눈도 한쪽만 감고 잔다. 게다가 물 위에서 숨 쉬는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자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물 위로 올라간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따르면 그들은 ‘물 밑에서 몸을 수직, 혹은 수평으로 한 채 조용히 쉬면서 자거나, 혹은 다른 고래들 옆에서 조용히 헤엄을 치면서 잔다’고 한다.
MUSIC 돌고래자리는 여름에 은하수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다. 밝은 별로 이루어져 있진 않지만 은하수에서 뛰어오르는 듯한 돌고래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여름밤 이상은의 ‘돌고래자리’를 들으며 하늘의 돌고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이현아
일러스트 박소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