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그리고 그와의 긴밀한 삼각관계

W ith···와 함께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식구로 맞이한 작은 고양이가 온 힘을 다해 나를 깨우기 때문. 한참을 놀다 지친 녀석은 창가로 올라가 해를 기다린다. 그때부턴 ‘이제 다시 자든 말든 맘대로 해’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창밖만 본다. 그 옆에 앉아 느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기분에 빠지곤 한다. 아직(어쩌면 영원히) 내 손가락과 콧등을 깨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고양이지만, 녀석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 도시의 아침이 어떻게 밝아오는지 알 수 없었을 테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이들의 ‘함께’는 어떤 얼굴일까. 그 옆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함께 가게를 꾸리고 있는 연인을 찾아갔다.

INTERVIEWEE

남자(류원희) & 여자(백은혜)

당신과 나 그리고 그와의 긴밀한, 삼각관계

Me and you and someone, our eternal triangle

결혼을 앞둔 남녀가 ‘삼각관계’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가게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2009년 대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났다. 두근거리는 만남으로 연애를 하게 된 이들은 곧 서울로 올라와 일을 시작했다. 여자는 출판사의 편집자, 남자는 디자이너로. 그러던 그들이 어떻게 함께 이 작은 가게를 차리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그들이 있는 연희동을 찾아갔다. 홍대입구역에서 가게로 걸어가며 ‘이런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려나’ 하는 노파심이 들었는데, 가게에 머무는 동안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알았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손님들은 쉴 틈 없이 들어왔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웃고 있었다.

삼각관계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자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편집숍이지만, 처음 이 가게의 용도는 남자의 작업실이었다. 1층이라 접근성이 좋은 점을 활용해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금 갖다 놓고 판매할 예정이었고, 여자는 출판사를 그만두고 그 일에 동참했다. 남자가 작업실 한켠을 브랜드들의 공간으로 마련한 이유는 그가 그런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진디자이너들이 판매나 홍보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점점 커져 작업실이 있을 공간까지 물건들로 가득차 버렸다. 작업실이 없어져 서럽기도 했지만, 60여 개의 브랜드의 물건이 옹기종기 이곳에 모여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하는 두 사람. 삼각관계라는 이름에는 신진작가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정직한 바람이 담겨있다. 

현재 주어진 결과는 ‘그들이 가게를 차렸다’지만, 그 사이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던 날의 설렘도 있었을 거고, 크게 다투고 울다 잠드는 날도 있었을 것 같다. 몇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했지만, 사실 초침이 몇억 번을 움직여야 채워질 수 있는 시간을 그들은 함께해왔다. 버스정류장을 스쳐 지나던 ‘타인’에 지나지 않았던 두 사람, 그들이 ‘함께’ 하게 된 길고도 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INTERVIEW

백은혜

삼각관계에서 은혜 씨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삼각관계의 점장이고, 가게 운영의 전반적인 일을 다 하고 있어요. 매장 관리, 브랜드 입점, 판매나 영업을 맡고 있죠. 

이 일을 하기 전엔 출판사에서 일했다고 하던데.
맞아요.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어요. 책을 좋아해서 시작했던 일인데, 의무감에 책을 마감하게 되는 일이 힘들었어요.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많이 했었죠. 그럴 때마다 오빠는 “그럼 그만둬”라고 말했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쉽나요.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작업실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너 진짜 그만둬도 될 것 같다. 최선을 다했잖아. 우리 같이 일해보자”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말을 시작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이 일을 준비했죠.

어때요? 회사 다닐 때랑 지금이랑?
그때는 회사를 지옥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이 회사 그만두니 좋으냐고 많이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좋은 점만 있진 않아요. 이렇게 일하는 게 더 힘든 부분도 많아요. 그땐 일은 힘들었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가 좋았고 그들과 회사 생활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오빠와 둘만 있으니, 그렇게 회사 친구들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사라져 버렸죠. 그때의 고마운 시간 덕분에 지금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릴 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전 늘 ‘선생님’이라고 장래희망 칸을 채웠어요. 어릴 적부터 한국화를 했었거든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막연하게 ‘나는 미술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땐, 미술을 그만두고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어릴 적 꿈과는 다르게 대학은 생명공학과를 갔고요. 지금은 또 그때 상상하지도 못했던 직업을 갖고 있네요. 주변 친구들이 보면 놀라요. 이렇게 지낼 줄 몰랐다고요. 오빠를 만나고 많은 게 변했죠.

원희 씨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게 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늘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탔어요. 오빠를 눈여겨 봐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말을 걸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저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일기나 메모를 많이 쓰는데, 그때 오빠에 대한 것도 많이 써놨었어요. 지금 보면 웃긴데, 그땐 얼마나 설레던지…. 이젠 그때 일들이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아요. 벌써 6년 전쯤 일이라 누가 먼저 고백을 했는지 모호할 정도로 가물거리는 일이 되었지만, 분명한 건 되게 행복했다는 거예요. 지금도 물론이고요.

그때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원희 씨와 지금의 원희 씨는 비슷한가요?
다른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듬직하고, 차분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할 것 같았는데 은근히 소심하고 질투도 많고. 이런 얘기 해도 되는 건가(웃음)?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무뚝뚝할 것 같던 사람이 애교도 많고 의외의 모습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은 부분들이 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서로 닮아가는 부분도 생겼고요.

오랜 시간 함께했으니까, 상대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엄청나게 많죠(웃음). 저희가 9월에 결혼을 해요. 그런데 사실 지금 나이에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갑자기 프러포즈를 받았거든요. 고백을 받을 땐, 감동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한편으론 젊은 시절을 좀 더 즐기고 싶은 아쉬움도 남아요. 하지만 함께하기 위해서 그런 마음을 포기해야 했죠. 딱, 그 정도예요.

무엇인가를 포기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일까요?
함께하지 않았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들이 많아요. 아마 함께하길 포기했다면 저는 지금도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겠죠. 오빠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을 늘 응원하고 격려해줬거든요. 제가 소심하고 걱정이 많아 과감히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도와줘요. 혼자였다면 이런 일들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혼자 있는 시간엔 무얼 해요?
전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요즘엔 전혀 없네요. 삼각관계를 시작하기 전에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잘 즐겼던 것 같아요. 일기도 쓰고,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요. 요즘은 낮엔 손님들과 보내고 밤엔 오빠와 보내느라 그런 시간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혼자의 시간이 간절해지네요. 결혼하면 어떻게든 혼자의 시간을 마련할 거예요.

은혜 씨에게 ‘함께’란 무엇일까요?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런 게 없네요. 저희는 여러 번 헤어지고 다시 만났거든요. 지금 이렇게 함께 일하고 있으니까, 원래부터 같은 꿈을 꿨을 거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헤어질 땐 ‘미래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이별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헤어지고 만나는 일을 반복하며 ‘우리’에 대한 끝없는 얘기를 하며 알게된 것이 있어요. 같은 미래나 가치관 같은 것은 결국 ‘함께’ 만들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대화하고 시간을 충분히 나누면서요.

INTERVIEW

류원희

삼각관계에서 원희 씨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대표로 되어 있지만, 사실 하는 일은 셔터맨이에요. 가끔 못도 박고요(웃음).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서 가게엔 주로 여자친구가 있어요. 제가 있어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저 혼자 있으면 무서운 얼굴인지 손님들이 잘 안 들어오시더라고요. 여자 손님들이 많다 보니, 남자만 있으면 어려운가 봐요. 아주머니들은 그래도 거침없이 들어오시는데, 젊은 여자분들은 어려워하세요.

아주머니들도 오세요?
네. 연희동이 놀러 오기에 썩 좋은 편은 아니라 걱정이 많았는데, 멀리서 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동네 분들이 자주 찾아주시더라고요. 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좋다”하고 가시면 그다음엔 친구분들을 데리고 오시곤 해요. 소문도 내주시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시고요. 그런 게 참 좋더라고요. 저희가 이 동네의 사랑방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앞으로도 이 동네에서 꼭 필요로 하는 작은 구멍가게가 되면 좋겠어요. 

삼각관계는 처음에 원희 씨 작업실이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편집숍으로만 쓰이고 있네요.
그러게요. 처음 의도는 그랬는데, 지금 제 작업실은 임시로 신혼집 다락방으로 옮겼어요. 저처럼 소규모 브랜드들의 물건을 몇 가지만 입점시켜볼 계획이었거든요. 그런데 입점 모집을 SNS에 올리니,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래서 하나둘씩 입점시키다 보니, 작업실은 빠져야만 했죠. 이렇게 말하면 엄청나게 큰 규모의 편집숍 같은데, 가게가 좁으니까 좀 많아 보이는 것뿐이에요. 좁은 곳에 크고 작은 물건들이 옹기종기 붙어있죠.

이 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던 거예요?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친구랑 홍대 앞에서 카네이션 브로치를 만드는 일을 무작정 시작해서 종잣돈을 벌었어요. 그리고 그 돈으로 또 다른 사업을 시작했고요. 사실 일본에 가서 더 공부해볼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 직전에 은혜를 만나 버려서 무산되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맞아요. 그때, 주로 운동화에 책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버스를 늘 같이 타니까 일부러 옆에 가서 앉거나 앞에 가서 서기도 했는데, 진짜 그때 심장 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좀 오글거리는 얘기죠(웃음)? 그땐 정말 그랬어요. 그렇게 지켜보다 제가 용기 내서 말을 걸었어요.

어릴 때도 용기 있는 소년이었나요?
아뇨. 곤충에게 집중하거나 하는 엉뚱함은 있었는데, 용기가 있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어릴 적에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동생과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개구쟁이인 동생이 없어지면 찾으러 다니고 돌봐주고 그런 아이였죠.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거나 그렇지도 않았어요.

버스정류장에서 말 거는 건 되게 용기 있는 일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게 참 신기한 일 같아요. 혼자서는 못했을 경험을 많이 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것도 그렇고, 저희 처음 만난 날이 백 년 만에 유성이 떨어지는 날이었거든요. 그 얘길 듣고 제가 은혜에게 그걸 보러 가자고 했어요. 집에서 이불을 다 꺼내 들고 학교 운동장에 가서 누워서 별을 봤죠. 그 후에도 그런 게 좋았어요. 제가 혼자였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했던 것. 

함께하기 위해 바꾸거나 포기했던 부분 있을까요?
뭐 성격에 대한 것도 있고 한데, 말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작업실을 편집숍으로 바꾼 것도 어느 정도 포기한 부분이에요. 지금의 삼각관계가 저에겐 개인 작업을 하고 싶어 구한 장소잖아요. 그런데 함께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잠시 그 부분을 미뤄뒀죠. 만약 혼자였다면, 입점을 포기하고 작업실로 썼을 거예요. 지금 잠시 미뤄뒀지만, 아주 포기한 건 아니에요. 나중에 또 하면 되니까. 

안 하던 행동을 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포기하기도 했네요.
아마 모든 이유는 ‘잘 보이고 싶어서’일 거예요. 가끔 자신에게 물어봤거든요. 왜 이렇게 하는지. 그런데 모든 건 잘 보이고 싶어서예요. 작업을 멋지게 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예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저만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혼자였다면 하지 않는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원희 씨에게 ‘함께’란?
저는 함께라는 건 ‘저거 봐’인 것 같아요. 은혜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전 혼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어디 괜찮은 장소를 가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데 그때 혼자라면 안타까워요.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저거 봐’라고 말하고 싶거든요. 실제로 저희끼리 있으면 제가 ‘저거 봐’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혼자만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같이 무엇인가를 보고 그걸 나누고 싶은 게 제겐 ‘함께’인 것 같아요.

삼각관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물건들

일러스트 백은혜

01. 수줍은 튤립 그릇세트 22 KITCHEN 

여자의 끝없는 그릇욕심! 그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한 리리키친의 수줍은 튤립 그릇세트. 주방과 식탁 위를 화사하게 바꿔주기엔 이만한 제품이 또 없을 것 같다.

02. 손자수 제품 THE WILD

귀걸이와 팔찌부터 파우치, 모빌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자수로 만들어내는 더 와일드. 그림 속의 깃발 역시 직접 자수로 놓았는데, 그 실물은 삼각관계 입간판에 꽂혀 있다고 하니 직접 확인해보자.

03. 재미있는 소이왁스캔들 YONI YANI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재미있는 모양의 캔들을 원한다면 요니야니의 캔들이 제격이다. 그들만의 특별한 모양으로 제작된 이 캔들은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는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04. 선인장 브로치와 마그넷 A LITTLE SOMETHING

작은 것들을 좋아하고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만드는 도자 선인장 브로치와 마그넷이다. 앙증맞은 크기와 귀여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삼각관계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제품.

05. 미니멀 헌팅 트로피 WHALESPRING

“사냥을 그만둬!(Stop hunting)”를 외치는 웨일스프링의 우드헌팅트로피. 이 제품은 작은 버전으로 뒷면에 자석이 있어 작은 공간에 붙일 수 있다. 세 조각을 간단히 연결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간편한 제품이다.

06. 달빛등불 짠짠공작소

요즘 삼각관계에서 잘 나가는 제품 중 하나. 실크스크린으로 직접 만든 패턴의 천 안에는 전구가 들어있다. 아이방, 침실, 캠핑장 등 여러 장소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유용한 등불이다.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선아

포토그래퍼 박소영 어시스턴트 이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