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물건과 여덟 사람

완벽한 독서 휴가를 위해

완벽한 독서 휴가를 위해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여행을 떠난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으로. 햇살 아래 부서지는 파도, 좁은 오솔길을 달리는 자전거, 아버지와 아들이 운영하는 작은 책방, 소박한 테이블에 차려놓은 먹음직한 음식들까지.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공짜라면 어찌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한껏 즐기다가 시간의 귀퉁이를 잠시 접는 것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독서’라는 가장 자유로운 휴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독서만을 위한 휴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 학자들이 집에서 마음껏 서책을 볼 수 있도록 해준 세종의 ‘사가독서’나 관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히기 위해 한 달의 유급 휴가를 마련했던 빅토리아 여왕의 경우가 그것이다. 그리고 요즘, 나는 독서 휴가를 준비하고 있다. 좋아하는 책을 골라 가장 편안한 자세로 빠져드는 그 완벽한 순간을 기대하면서, 어떤 물건들을 꼭 곁에 두기로 했다.

걱정인형 책갈피
WORRY NO MORE

세계 각지의 공정무역 가게와 문화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워리피플은 과테말라 고산지대에 사는 마야인들의 수공예품을 소개하는 브랜드다. 이들이 하나하나 정성껏 만든 걱정인형 책갈피는 워리피플의 대표적인 상품. 책 사이에서 ‘걱정은 이제 그만!’ 하고 외치는 듯한 이 인형들의 판매 수익은 마야인들의 생계를 위해 쓰이며, 그 전통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격 9천원 브랜드 워리피플 문의 www.worrypeople.co.kr [070-8226-3214]

용도는 책갈피인데 자꾸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되네요. 책을 보면서도 한 손으론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즐겁더라고요! / 선아

다양한 색색의 실을 감아서 만든 제품이라 아기자기해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한테도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직접 모양을 만들어보는 재미까지 있어서 더 좋고요. / 혜민

맞아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아요. 무엇보다 책에 꽂아 놨을 때 굉장히 눈에 띄어서 다시 책을 펼쳐야 할 것만 같았어요. / 은영

사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도 꽤 좋아하는 눈치였어요.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누군가 이걸 고양이 장난감으로 쓰는 것을 목격했답니다! / 혜진

인형 팔이 쭉쭉 올라가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한참 책을 읽다 보면 목이나 어깨가 아픈데 인형을 따라서 기지개를 쭉 펴면 스트레칭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하나

저는 예전에 걱정인형을 베게 밑에 두고 자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워낙 작아서 금방 잃어버렸어요. 이 아이는 책갈피 기능과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긴 다리도 있어서 쉽게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요! 책과 함께 항상 곁에 두고 싶어요. / 다현

이런 수공예 제품들을 종종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단순하고 생소한데도 나타내는 색이 뚜렷하다는 거예요. 과테말라 아이들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게 색을 골랐을 텐데, 완성된 모습은 꽤나 조화롭게 느껴져요. 어떤 과정으로 생산된 건지 아직 잘 알진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행복한 일이면 좋겠네요. / 진우

네, 실제로 우리가 구입하는 인형 제품은 마야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거나 식료품을 공급하는 데 쓰인다고 해요. / 혜진

저도 이상하게 제품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더 궁금했어요. 요즘 공정무역 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 제품을 만든 사람들이 정직한 노동으로 만든 만큼 저도 정직하게(?)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민욱

작가의 책
WRITER’S BOOK

이름 그대로 ‘책상 위에 하얀 눈’이라는 뜻을 가진 스노우 온 더 데스크는, 책상에서 필요한 문구 제품과 소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이 내릴 때처럼 담담하고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는 사람들. 이들은 하얀 종이 위에 원고지를 만들어 읽는 책이 아닌 쓰는 책을 만들기도 했다. 일상에서 글을 쓰고 싶을 때 누구나 담담하게 적어 내려갈 수 있는, 편안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노트 시리즈.
가격 8천 8백원 브랜드 스노우온더데스크 문의 www.10×10.co.kr [1644-6030]

두꺼운 종이로 덮여 있고 실로 엮어 있어 오래 보관하기에 좋겠어요. / 진우

마치 한 권의 책 같아요! 사실 책을 읽다가 간직하고 싶은 구절을 봐도 매번 메모지에 옮겨 쓰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노트는 내 책을 완성해야 할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을 줘서 열심히 쓰게 돼요. / 혜진

저도요. 원고지에 필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이 노트를 받는 순간 ‘이제 정말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심이란 걸 하게 해준 고마운 노트에요. 그 결심을 한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고 노트는 여전히 백지지만… 내일부턴 꼭 할래요. 아침마다 한 페이지씩! / 선아

책이나 영화의 인상 깊은 구절을 옮겨 적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어요. 여기저기 써 놓다가 나중에 찾아보지 않게 되어서 아쉬웠는데, 여기에 좋아하는 문구를 가장 예쁜 글씨로 써서 모아놓고 있어요. / 다현

혹시 노트 뒷면 보셨어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작가이다.’ 서점에서 파는 책들처럼 평론과 서평이 적혀있어서 놀랐어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구입해볼 것 같은 아이템이에요. / 은영

저는 모든 사람이 작가라는 말이 와 닿기도, 한편으론 거슬리기도 해요. 그런데 문득 엄마나 아빠가 여기에 뭔가를 적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무척 읽어보고 싶네요. / 진우

용기를 내서 천천히 써 내려가다 보면 저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어쩐지 여기에 뭔가를 쓰기가 어려웠어요. 직접 쓰는 건 부끄럽지만 누가 쓴 건 몰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 같겠죠? / 하나

외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혼자 있을 때 이 노트가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감정을 집약해서 무언가 끄적거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순간이 지나 다시 글을 보면 부끄러워서 노트와 눈도 마주칠 수 없겠지만요. / 민욱

저는 라인 노트와 편지지 노트도 있지만 처음부터 원고지 모양에 눈이 갔어요. 예전에 열심히 숙제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가 봐요. 지금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여기에 밤마다 일기를 쓸 것 같아요. / 혜민

더 북 램프
THE BOOK LAMP

영국에서 온 이프는 1996년에 설립된 독서용품 전문 브랜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면 책 읽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이 아담한 크기의 독서 램프도 마찬가지다. 작지만 강한 불빛으로 어둠 속에서 책을 밝혀주고, 언제 어디서든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기에도 좋다.
가격 2만 3천원 브랜드 이프 문의 www.10×10.co.kr (1644-6030)

밤에 불 켜고 책을 보다가 잠들 때가 많은데 이 램프가 있으니까 그럴 걱정이 없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것조차 켜놓고 잠이 들어버렸어요. 저는 캠핑이나 여행을 가서도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요. 정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 선아

저도요. 텐트 안에 걸어 두거나 모자챙에 끼워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크기가 작아지니까 의외로 여러 곳에서 쓰일 수 있네요. 하얀 불 말고 노란 불이 나오는 것도 있으면 좋겠음! / 진우

진짜 노란 불이 있으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혜진

우선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크기에 한 번 놀랐고, 쓰임새에 두 번 놀랐어요! 작아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디든 놓을 수 있어서 좋네요. 여행지에서는 헤드 랜턴 대신 길잡이 노릇도 했어요. 주머니에 넣어 갔거든요. / 민욱

환한 형광등 대신 이 램프로 책을 비춰서 읽었는데 정말 편하고 좋았어요. 장난감같이 생겨서 별 기대 안 했는데 환하더라고요!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는 만화책을 좋아해서 책에 끼우는 대신 배 위에 올려놓고 비추면서 봤답니다. / 다현

스탠드처럼 세웠을 때보다 클립으로 쓸 때 더 실용적이었어요. 디자인적으로 꾸밈 요소가 많지 않고 깔끔해서 더 좋았고요. 이렇게 작고 똑똑한 제품을 보고 있으니 픽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연상됐어요. / 은영

클립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왜 저는 몰랐을까요!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직접 사용해보니 책을 비추는 면적이 작게 느껴져서 약간 불편했어요. 램프를 원형 말고 직사각 형태로 만들면 문장 전체를 다 비춰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 하나

좋은 아이디어네요! 저도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볼 때 한쪽만 끼워두고 보면 부족한 것 같아서 하나의 지지대에 램프가 두 개가 나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민욱

같은 제품으로 다른 종류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책 전용뿐만 아니라 테이블용, 침실용처럼 다양한 크기의 램프들이요. 하지만 책 전용 램프가 워낙 귀여워서 꼭 하나쯤 갖고 싶네요. / 혜민

카미노 스마트 독서대
CAMINO SMART STAND

책을 사랑하고 그 문화를 가꾸는 데 힘써온 브랜드 북프렌즈, 그들이 추천하는 독서 아이템은 여행 가방에 쏙 넣어서 가져갈 수 있는 카미노 독서대다. 가뿐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37센치미터의 책, 800페이지 분량의 책장까지 잡아준다고. 사용하고자 하는 크기로 조절이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 책을 비롯해 노트북, 스마트 기기, 휴대폰 등을 거치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아이템.
가격 2만 9천 8백원 브랜드 북프렌즈 문의 www.bookfriends.kr [031-945-4070]

독서대를 구입해 본적 없지만 제 동생이나 남자친구에게는 필수품이더라고요. 무거운 나무 독서대와 가격이 비슷하던데 선물로 주면 유용하게 쓰겠어요. 그런데 전공 서적들이 꽤 무거운 편이라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요. / 은영

좀 더 다양한 색상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굳이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아도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조금 더 가벼웠으면 매일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을 텐데. / 혜민

저는 왠지 건축 관련 책이나 로봇 공학 책을 올려놓고 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나저나 뭔가 접었다 폈다 할 때 느껴지는 손맛이 있네! / 진우

처음에는 스탠드를 펴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는데, 계속 만지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자꾸 하게 되더라고요. 접으면 크기가 확 줄고 가벼워서 어딘가에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 선아

저도 실내에서보다 외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더 유용할 것 같아요. 특히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카페 테이블에서요. 예전에 알았더라면 공부할 때 자주 사용했을 거에요. / 다현

네, 평소 우리가 소개하는 제품을 보며 이것만큼은 야외에서 사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 제품도 그중 하나였어요. 지난주 문수산에 올라가 실제로 사용해보았는데 헤드 랜턴과 좌식테이블 그리고 카미노 스탠드는 최고의 궁합을 보여줬습니다. / 민욱

저도 앞으로 캠핑 가서 쓰려고요. 마치 간이의자처럼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 스마트 기기를 쓰러지지 않게 하려면 어디에 놔야 하나 늘 걱정이었는데. 이젠 아주 편할 듯 해요. 낮에는 책 읽고, 밤에는 영화 보고, 일석이조! / 혜진

요즘 『모험도감』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처럼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내용이에요. 야외에 나가면 이 책을 스탠드에 세워두고 한번 따라 해보고 싶어요. 영화는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127시간’이나 ‘브로크백마운틴’이요. 생생한 느낌일 것 같아요. / 하나 

맞아요. 저는 여유롭게 앉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네요. 이번 휴가 때 가지고 가서 책이나 영화가 보고 싶을 때 마음껏 사용할래요! / 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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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혜진

포토그래퍼 박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