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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솔직해져 볼게요.
다가오는 A의 생일. 떠오르는 선물은 많은데 뭐가 좋으려나?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지난 내 생일에 A한테 뭘 받았지? 가격은 2만 원대일 텐데….’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비슷한 수준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지만, 누군가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이 생각을 하는 나, 왠지 속물 같아!
이런, 바쁘게 살다가 오늘이 A의 생일이란 걸 잊고 말았다. 내가 깜빡한 걸 알면 A가 분명 속상해하겠지. 시간만 더 있었다면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을 준비할 수 있겠지만, 일단 시간이 없으니 어디라도 가야 한다. 서점? 소품숍? 과자 세트를 파는 베이커리? 결국 무난하게 디퓨저를 골랐다.
휴, 더 큰 감동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해.
여러 사람과 함께 모인 A의 생일 파티. 각자 가져온 선물을 나누는 시간이다. 자리에서 선물을 뜯어보는 A의 손을 보며 왠지 긴장된다. A가 모든 선물에 기뻐하길 바라지만, 내 걸 가장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다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B가 준 저 선물, 내가 봐도 센스 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기념품 사 오라는 A의 장난스러운 말에 “시간 나면 살펴볼게.”라며 웃어넘겼지만, 여행 내내 꼬리표처럼 A의 얼굴이 따라다닌다. 관광지 기념품 판매대도 기웃, 귀국 전 공항도 기웃. 한국에 없는 무언가를 사야만 하는데…. 빈손으로 가긴 너무 아쉬워.
곧 돌아온 내 생일, 친구들을 만났다. 약속한 듯이 선물을 건네는 친구들은 포장을 뜯는 내 얼굴을 살핀다. 어떤 선물이 나오든 분명 나는 기뻐하겠지만, 나를 쳐다보는 저 눈동자들의 기대에 환한 리액션으로 부응해야만 할 것 같다. 부디 내가 지금 어색하게 웃고 있지 않기를!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선뜻 선물을 건네고 싶은 순간은 온다. “생각나서 그냥 샀어요.”라는 말에 웃는 얼굴이 돌아오면 무척 기쁠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면 나도 무언가를 돌려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선물이란 거, 내가 줄 때는 보답을 바라진 않았잖아!
에디터 차의진
일러스트 심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