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카페

그곳에 가면

가장 완벽한 카페

그곳에 가면

어딘가에 선한 사람들은 좋다고 말하고, 까탈스러운 사람들은 유별을 떤다고 말하는 그런 카페가 있을 것 같다.

아주 무더운 날 카페를 찾아 동네를 몇 바퀴나 맴돌았다. 책 한 권 읽기에 좋은 시간을 아무 곳에서나 보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 동네엔 흔히 힙하다고들 말하는 카페가 즐비했지만, 수차례 입구에 서서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갈 만한 카페를 고르지는 못했다. 대신 편의점 냉동고에 올라타 마지막 남은 수박바 하나를 발굴해냈다. 난 커피가 아닌 수박바를 입에 물고 중학교 등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 한 군데 들어가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카페는 조금 먼 곳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야만 한다. 오래된 공장, 큰 나무들, 얕은 하천, 혹은 촌스러운 학교를 한두 개쯤 지나면 그곳에 다다르게 된다. 난 그 길을 지나기 위한 핑계로써 그곳에 간다. 그곳엔 인테리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은 유행에 시달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곳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편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주인들은 나를 알아볼 수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알아본다 해도 입꼬리만 찡긋할 뿐 나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어느 책을 꺼내 봐도 부끄럽지 않다. 그곳에서는 누군가 나의 노트를 들여다볼 염려도 없다.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적당히 떨어져 있어, 난 노트와 책과 연필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을 수도 있다.

그곳에서는 작은 음악 소리가 멀리까지 일정한 크기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와 사각거리며 책 넘기는 소리, 딸깍거리는 그릇 소리가 잘 섞여 들린다. 마치 숙성이 잘 된 스피커처럼 작은 소리가 따로 구분되어 아장아장 귓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가끔씩 “쿰.” 하는 기침 소리가 레코드판에 섞인 잡음처럼 튀어 날아오기도 한다.

오픈 시간 훨씬 이전부터 주인들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아침부터 능숙하게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지난밤에 얼마간의 긴장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을지 짐작할 수가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들은 매일을 어렵게 생각하며, 하루하루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커피와 디저트에는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무척 투박하다. 주인들은 꾸미는 걸 잘 못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카페를 채운 물건들은 새것도, 낡은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모습보다 낡았을 때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사물들이다. 그곳의 가구엔 나름의 정성이 담겨 있어, 삐걱거리는 소리와 드윽 드윽 의자를 끄는 소리까지도 아름답게 들려온다.

그곳의 손님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그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이야기에, 혹은 자신과의 이야기에 몰두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주인들은 손님이 빨리 일어나면 서운하다. 삼십 페이지가량 책을 읽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어느 아름다운 손님의 뒷모습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그 손님이 일어나면 서운해한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늘 같은 시간에 그곳을 찾아오는 독특한 단골이 있다. 소란을 떠는 손님에겐 언제나 단호한 주인들이지만, 그들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 그 독특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끝까지 들으려 하고, 그들이 오기에 앞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미리 준비해두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영업이 끝난 후에도 주인들은 뒷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홀과 주방의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차분히 오늘의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주인들이 문을 닫고 가게를 나서면 가게도 눈을 감은 것처럼 편한 휴식에 들어간다. 어딘가에 선한 사람들은 좋다고 말하고, 까탈스러운 사람들은 유별을 떤다고 말하는 그런 카페가 있을 것 같다. 그냥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을 깨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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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한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