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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다이조부 씨와의 인터뷰
가장 어려운 연기는 무엇입니까
대배우 다이조부 씨와의 인터뷰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현재 활동을 쉬고 있다. 근엄한 무사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정말로 근엄한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특집호에선 근엄한 대배우 다이조부 씨를 어렵게 만나 연기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배우님의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조금 분위기가 싸늘해지기 시작한 건 내가 네 번째 질문을 던졌을 때부터였다. 창밖에 뜬금없이 꽃잎이 휘날렸다. 사진작가와 코디네이터가 모두 놀란 표정을 하며 손을 입 주변에 갖다 댔다. 배우는 말 대신 온도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금세 씨익 웃었지만 싸늘한 기운을 수습할 순 없었다.
“이런 질문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네요. 제 연기력을 비교하다니요…. 어떤 배우는 젊은 배우로 불리고, 어떤 배우는 개성 있는 배우로 불리지만, 전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불립니다. 절 오만하다고 생각하실까 걱정되는군요. 하지만 진심으로 저와 비견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실례가 되는 질문은 아니었는지 조금 걱정됐지만 배우의 당당한 모습에 내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얹힌 것이 내려간 듯 사진작가와 코디의 혈색이 바로 돌아왔다. 그들은 다시 없는 사람처럼 배경 속에 숨어 자신의 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약간 무례한 질문이었는데….”
“괜찮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하겠습니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여배우 한나 양이 배우님을 자신의 라이벌로 지목했는데요. 혹시 배우님도 한나 양을 라이벌로 생각하시는지요?”
또 한 번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연기자들의 연기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가 배우로 활약해온 50년 동안 그는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어느 드라마에서 그가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쳤을 때, 그 해는 봄이 좀 더 일찍 찾아왔다고 한다. 어느 해 그가 드라마에서 밉상 연기를 펼쳤을 때, 전 국민의 발암률이 두 배 정도 올라간 일화도 유명하다. 그런 사람을 소위 잘나가는 요즘 배우와 비교하는 것이 큰 실례인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다.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쌀쌀함이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글쎄… 한나 양을 모른다고 할 순 없겠네요. 요즘 워낙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니까 말이에요. 요즘 제가 활동이 뜸했더니 이런 배우들과도 비교를 당하는군요(웃음). 한창 열심히 하는 배우에게 이런 이야기는 조금 미안하지만, 단호히 말하겠어요. 그녀는 제 연기에 견줄 만한 실력이 되지 못합니다.”
인터뷰 도중 코디가 달려와 대배우의 메이크업을 고쳐주었다. 머리를 조금 단정하게 다듬어주고, 파우더를 듬뿍 발라 얼굴에 퍽퍽 찍어주었다. 사실 배우보다 메이크업이 더 필요해 보이는 사람은 코디네이터였다. 자기가 더 긴장했는지 콧잔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저, 혹시 또 방금 질문이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꼬리를 자르듯 건조하게 대답했다. 난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내 나름의 미안한 표정은, 상대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쓰린 미소를 보이는 것이다.
“그럼, 마지막 질문 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는 무엇일까요?”
다이조부 씨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질문에도 망설이지 않고 즉각 대답하는 그가 이토록 고심하는 모습은 인터뷰 도중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죄송해요. 아마도… 저한테 어려운 연기란 없으니까요.”
언뜻 허풍과 자만에 가득 찬 것처럼 들리는 대답이지만, 그의 고민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이기에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정말로 그에게 어려운 연기란 없는 것이다. 그는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한참을 더 고민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 뛰어난 배우는 뛰어난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우는 관객을 속여 실제처럼 믿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배우는 관객을 속이지 않죠. 자신을 속입니다. 저는 연기를 할 때 관객을 속이려 하지 않습니다. 에… 저는 자신을 완벽하게 속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역을 맡으면 저는 정말로 사랑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질투에 빠져 괴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연기를 할 땐 정말로 그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저는 스스로를 완벽하게 속이는 사람입니다. 배가 아픈 연기를 하면 진짜로 장이 꼬여버리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오! 정말 신기하네요! 마침 이전 인터뷰에서 한나 양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자신을 속여야 진정한 연기라는….”
나는 너무 신기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중간에 입을 막아버렸다. 대배우 다이조부 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 싸늘해서 입김이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코디가 땀을 절절 흘리면서 뛰어와 대배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사진작가는 괜히 카메라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맹렬히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물론 그 누구도 속이지 못하는 어설픈 연기였다.
“아, 죄송합니다. 경솔하게도 한나 양 이야기를 또 해버렸습니다! 아이참….”
난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는 척을 하며 흘려 지나가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심기를 더욱 건드릴 줄은 몰랐다. 그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흔들어 코디네이터의 손길을 피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그 어린아이를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뇨… 한나 양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 같기에….”
난 책상에 놓인 수첩을 괜히 뒤적이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치 없는 코디네이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배우의 얼굴에 분을 찍어 발랐다. 그의 상기된 표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그의 얼굴을 새하얀 색깔로 덮어가는 중이었다.
“아니! 좀 하지 말라니까~.”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교양이 섞인 콧소리로 코디에게 짜증을 부렸고, 코디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되돌아갔다. 반달처럼 반만 하얀 대배우의 얼굴이 우스꽝스러웠다.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절대 한나 양을….”
“아니, 괜찮다는데 왜 자꾸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정말 사람 이상하게 만드시네….”
대배우 다이조부 씨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나가버렸다. 코디네이터가 성급하게 짐을 챙겨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사진작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누군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서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난처한 건 마찬가지였다. 기분을 언짢게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일을 망쳐버린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뿌듯했다. 솔직히 이번 인터뷰는 대성공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고의 연기자로 알려진 그에게도 쉽지 않은 연기가 하나 있었다. 난 잊지 않기 위해 대배우 다이조부 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가장 어려운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을 대신 적어 넣었다.
– 삐쳤는데 안 삐친 척하기
글·그림 한승재